항암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한 직장인 권이안(32) 씨는 휴직 후 병원을 오가며 어머니의 입·퇴원과 회복 지원에 전념했다. 권 씨는 “휴직 덕분에 쉬었다기보다는, 역할이 직장에서 돌봄으로 바뀐 것에 가깝다”며 “정신적 긴장은 여전히 있었지만, 곁에 있어 어머니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가족돌봄휴직은 간병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 직장인들에게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힌다. 근로자는 가족의 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회사 승인을 받으면, 직장을 유지하면서도 돌봄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공무원은 최장 1년, 사기업은 연간 최대 90일까지만 휴직을 쓸 수 있어,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 휴직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한다. 소아 백혈병 치료를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한 한 교육공무원은 “총 2년 동안 휴직했지만 치료는 아직 남아 있어 배우자가 이어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급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다. 권 씨, 안 씨 등 대부분 가족돌봄휴직자는 휴직 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권 씨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버텨야 했다”며 “생계를 포기하고 돌봄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전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고용주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지만, 스웨덴과 독일은 사회보험이나 무이자 대출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해 준다.
전문가들은 가족돌봄휴직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돌봄 보장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휴직 보상만으로는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경제적 안정과 노후 소득에 영향을 준다”며 “장기 요양 서비스와 병원 간병 지원을 통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씨와 안 씨 등 휴직자들은 “돌봄휴직은 선택이 아닌 누구나 필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최소한의 소득 보전과 신청 과정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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