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A씨는 최근 충치 치료 후 빈 공간을 메우는 인레이 시술을 받았다. 치료 자체는 빠르게 끝났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대부분의 과정을 치과위생사가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철물을 끼우고 맞추는 작업도 위생사가 맡았다. A씨는 시술 내내 치과의사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껴 묻자 "원장님이 마지막에 확인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얼굴이 가려져 정말 원장이 왔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법적으로 맞는 건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담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환자들은 "이런 업무가 치과위생사에게 맞느냐"고 불안해하고, 치과위생사들조차 "원장이 시키는 업무가 불법인지 헷갈린다"고 호소한다. 환자와 의료 보조 인력 모두 혼란을 겪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법으로 정한 업무 범위는
현행 법률에 따르면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법적으로 허용된 업무는 교정용 와이어 장착·제거, 불소 도포, 구내 방사선 촬영,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제거, 치석 제거, 치아 본뜨기 등이다. 즉 예방과 위생 관리 영역이 핵심이다.
반면 마취 주사, 충치 제거, 영구 보철물 부착·조정, 발치 등은 치과의사만 할 수 있는 치료 행위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치료 행위까지 치과위생사에게 맡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는 "치과위생사 업무는 예방과 위생 관리로 제한된다"며 "이를 벗어나는 행위는 치과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이뤄졌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원 판례도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단순히 치과의사가 사전에 지시했거나 마지막에 확인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지도 아래 업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사가 직접 주체가 되어 진료하고 위생사는 보조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왜 반복되는가
이런 위임 진료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로는 인력 구조와 수익 문제가 꼽힌다. 현장에서는 숙련된 치과위생사에게 높은 급여를 주는 대신 치과의사의 업무 일부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반면 치과위생사들의 고충도 크다. 한 치과위생사는 "이직한 병원에서 인레이 시술을 거부했더니 일 못 하는 사람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생사는 "비슷하게 운영하는 병원이 많아 문제 제기하기 쉽지 않다"며 "우리가 안 하면 간호조무사를 뽑아 대신 시키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간호조무사는 원칙적으로 진료 보조나 기구 소독 등이 주 업무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치석 제거나 방사선 촬영까지 맡기기도 한다.
환자 안전 위협
위임 진료는 법적 문제를 넘어 환자의 건강을 직접 위협한다. 전문 지식과 면허 범위를 벗어난 시술이 이뤄질 경우 신경 손상, 보철물 탈락, 교합 이상,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어질 수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가 적발되면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의료기관 운영자인 치과의사에게 더 무거운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벌금과 자격정지 처분이 함께 내려지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환자는 자신의 치료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작용과 법적 분쟁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는 결국 치과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가 확인해야 할 점
전문가들은 환자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마취, 치아 삭제, 최종 보철물 장착 같은 핵심 단계에서는 치과의사가 직접 시행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의료인 명찰 확인도 필수적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환자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의료진이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고, 진료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치과계 내부에서도 일부 병원의 과도한 위임 진료가 전체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업무 범위 기준을 더 구체화하고, 당국의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